소오강호

소오강호는 김용의 다른 소설들처럼 역사적 배경이 그리 크지 않는 소설이다.
소오강호의 무림시기는 명대 중반 정도로 생각되는데 국가적으로 안정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무림도 르네상스를 맞이할 만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국가가 존망에 처해 있을 때일수록 영웅이 더 등장하는 법이지만 국가의 안정된 기틀아래 파벌의 융성은 더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소오강호는 무림자체내의 배경을 전제로 정파 내부-오악검파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기도 하다.

주 인공 영호충은 화산파의 1대제자로써 사부 악불군을 아버지처럼 섬기고 있다.  영호충의 성격은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만나서도 차별을 두지 않으며 의롭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호충은 사마외도의 사람이라도 이해해주고 수용하는 면이 있다. 또 사람 자체가 호쾌한 면이 많아서 고지식하지도 않다. 영호충은 마치 금분세수하며 물러나려는 유정풍과도 같은 면이 있다. 유정풍은 곡양이라는 마교 장로와 음악을 바탕으로 사귀게 된다. 이들의 우정은 매우 깊어 둘은 오악검파의 정파 인사들에게 궁지에 몰려서 죽고 만다.

그 렇다면 오악검파는 어떤 파인가. 이들은 물론 정파다. 화산 형산 등등 중국의 오대산에 자리잡은 명문파이며 특별히 검하고 연관이 깊다. 그런데 이들 오악검파 중 숭산파는 세력이 가장 막강하여 오악검파를 하나의 파로 통합하려고 한다. 이러한 야심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개되는데, 영호충의 사부 악불군의 속마음도 실은 숭산파의 맹주 좌냉선의 야심보다 못하지 않다.

영호충과 악불군은 대조를 이룬다. 영호충은 호탕하고 때론 지나칠 정도이나 악불군은 선비형의 깔끔한 인물이다. 둘다 색을 탐하지는 않지만 영호충은 말술을 즐겨하지 않던가. 영호충은 사마외도라 하여도 그닥 차별을 두지 않지만 악불군은 그 성격이나 장문인의 지휘도 있고 하여 사마외도와 가까이 하지 않는다. 영호충은 색마 전광렬과도 통쾌하게 술을 마실 줄 알지만 악불군은 그런 이들을 경멸한다. 물론 영호충은 의림을 구하기 위해서 전광렬과 목숨을 결고 싸우기도 하니 정의로운 면을 절대 버리지는 않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악불군에겐 두 개의 다른 마음이 있으니 저런 영호충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는 악불군이나 좌냉선을 이해해 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 파의 장문인의 신분은 다른 밑에 사람들과 달라서 그 파의 중흥을 꾀하며 개인적인 야심도 물론 강하겠지만 자신의 자리를 통해서 세상을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영호충은 그저 제자일 뿐이니 한바탕 무림을 유랑하기도 한다. 기연을 만나 독고구검을 배우기도 하는데 풍청양 같은 이가 어찌 장문인들에게 독고구검을 전수해 주겠는가. 콧대만 쎄고 속과 겉이 다른 이런 부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풍청양은 말하기도 한다.

오악검파 내의 숭산파의 물불을 안가리는 야심은 오악검파를 분열시키고 서로 싸우게 만든다. 이런 싸움속에 인간이 얼마나 추악할 수 있는지 가끔 섬뜩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영호충은 순수하니 괜찮기도 하다. 그에겐 그렇게 속과 겉이 다른 야심이 없는 젊은 청년이니 그렇다. 그리고 그는 마교 전교주 임아행을 도와 마교교주 동방불패를 같이 잡을만큼 정파와 사파를 흑백논리로만 받아들이지 않으며 상문천같이 홀로 싸우는 영웅을 위해 같이 목숨을 걸고 싸우기도 한다.

이런 영호충의 모습은 어떨 땐 호쾌한 면이 소봉같기도 하고 어쩔 땐 장무기같기도 하다. 소봉은 천생신무라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나오지만 영호충은 그렇지가 않다. 이러저리 휩쓸려 다니기도 하면서 당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영호충의 이런 모습은 좀 더 아기자기하여 정이 가기도 한다. 그래도 아마 주량은 소봉이 더 쎌 것이다. 그리고 여자들 속에서 우유부단한 마음을 갖는 것은 장무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장무기처럼 아주 어려서부터 갖은 고난을 겪지 않은 것은 영호충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영호충은 거의 끝까지 악불군이라는 스승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소봉이나 영호충은 그래도 비교적 안정된 유소년기를 보냈지만 장무기는 그렇지 못했으니 어쩔 땐 장무기가 더욱 존경스럽기도 하다. 헌데 장무기와 영호충이 가는 길은 좀 비슷한데가 있었다. 둘다 명교,일월신교의 스카웃을 받는 것이다. 물론 장무기가 명교의 교주 자리에 오를때는 어느정도 필연적인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었지만 영호충은 일월신교의 교주가 되는 것도 항산파의 장문인이 되는 것처럼 하나의 작은 지나치는 과정으로 치부했을 뿐이다. 그것보다 임영영이라는 소녀가 영호충에겐 더 큰 존재였을 것이다.

소 오강호는 유정풍이나 영호충같은 이들 대 악불군이나 좌냉선 같은이들을 교차시키면서 후자들의 비열한 야망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하는데  오악검파가 큰 문제가 되었을 뿐 모든 정파가 다 그렇다고 보진 않았다. 또한 일월신교 내에서의 동방불패나 그의 짝 양련정의 행동들, 그리고 임아행의 대처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사실 정파나 사파나 그 추악함은 비슷하기도 했다. 사파는 사파이니 그렇다 하지만 정파가 그렇게 추악하다면 이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무림제패의 야심은 차라리 무림인들의 본능이라고 봐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본능이 사라질 때 누가 규화보전을 고자가 됨에도 배우려 하겠으며 항상 무공을 연마하겠느냐 말이다.

독고구패는 그런 점에서 반어적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즉 독고구패역시 승부 속에서 영원한 일등을 차지했지만 좌냉선이나 악불군처럼 무림의 사회적 지휘를 등에 지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위에 올라서서 군림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파를 최고로 만드는 것등은 독고구패가 전혀 염두해 두지 않았던 점이다. 양과처럼 외로운 영혼도 그래서 독고구패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독고구패의 본능과 악불군,좌냉선,동방불패,임아행 등의 본능은 서로 다르다는 것인가?? 규화보전을 만든 환관 역시 황제가 있는 궁에 묶여 있으니 무림을 제패하려는 야심은 없었을 것이다. 황제를 위해서 무림을 제패해 주려 햇을지도 모르지만 환관이나 독고구패에겐 무공 자체만에 몰입하는 외롭고도 좁은 문이 보인다는 점이다.

영 호충은 사부 악불군과 같은 야심도 없는 마당에 천하제일의 독고구검을 배우지만 양과만큼 독고구패를 마음속으로부터 이해하진 못했으리라. 유정풍이 곡양과 소오강호라는 노래를 부르며 저 세상으로 갔듯이 진정한 무공의 맛은 독고구패나 환관처럼 결국 스스로에게 가는 길이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진실할 수 없다면 어찌 참된 우정이 싹트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유정풍은 곡양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어찌 대의를 위해서 한 목숨 받치지 않으랴만은 대민의 위에 서기 위해서 사욕을 채우려는 자들이 있다면 이건 정말 유정풍같은 사람들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호충이 임영영을 사랑하는 것이나 장무기가 조민을 사랑하는 것 등은 어찌 보면 대의에서 벗어나는 면이 있다. 사랑은 국경도 없다는 명언이 이들을 변명해주고도 남지만 왜 하필 영호충은 의림을 장무기는 주지약을 사랑하지 않고 항상 가시가 있는 장미를 택했을까. 일월신교 교주 임아행의 딸 임영영은 영호충을 위해서 소림사에까지 투신하기도 할만큼 의리를 아는 여자이기도 했지만' 장무기가 적이엇던 몽고여자 조민을 사랑한 것은 장취산이 굳이 사파의 은소소를 사랑한 것과 비슷하기도 한데 그런 은소소마져도 자신의 아들에게 '여자는 믿어서는 안된다'고 그녀 스스로가 말했으니, 역시 사랑은 미로인가 보다.

여담이었고, 결국 오악검파는 분열되고 좌냉선과 악불군 등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임아행이 북치고 장구치며 화산정상에 올랐지만 오악검파는 한 줄기 바람에 실려가는 조각구름과 같이 되어 버렸으니 이 야망또한 어찌 허망치 아니 하겠는가.
이 허망한 분위기에 소오강호라는 비운의 곡조가 흐르면 참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유정풍과 곡양이 죽음을 함께 나누면서 불렀던 그 장면은 소설 초반부에 큰 감동과 충격이었다. 어쩌면 이 소설 전체는 그 소오강호의 변주곡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순수한 마음, 순수한 우정은 정파와 사파의 경계도 초월하지만 추악한 야심은 안정된 명대의 르네상스와도 같은 오악검파라는 명문정파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도 하며' 정파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겉과 속이 다른 이러한 모습들은 가면 갈수록 위선의 냄새가 나서 나중엔 '하나의 존재가 어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속되지 않았는데 속에서는 언제부터 이렇게 악취가 났던가'하면서 그 차이에 독자는 가슴이 싸늘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토록 추구했던 야망의 정상도 실은 허망한 것임을, 순수한 우정은 가슴 속에 남아 이렇게 음악으로 흐르는데, 임아행의 야망 그것은 찬바람의 횡함뿐이니 우연일지언정 허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얼마 전에 좌냉선과 악불군은 비참하게 죽지 않았는가 말이다. 차라리 임아행 대 좌냉선 또는 임아행 대 악불군 했으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나 이 소설을 읽는 우리에게 더 할일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다음 12자로 요악할 수 있다

'금분세수 오악검파 소오강호'

['금분세수' 할 정도로 평화로운 시기에 한족의 5대명산에서 '오악검파'라는 정파의 꽃들이 피었으나 '소오강호'를 불렀던 유,곡 두 사람의 정,사파를 초월한 순수한 우정앞에 오히려 심히 부끄럽구나.']


- 소오강호에는 김용의 역사의식이 잘 드러나있다. 김용은 항상 한족의 역사를 옹호하는 편이었는데 소오강호에서는 반대로 그 분열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듯 하다. 한족의 명은 인구수도 100배나 적은 청에게 망할 수 밖에 없었는가? 소오강호 당시의 역사시기는 명중후반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안정된 시기에 짙은 분열을 경험하는 무림을 통하여 김용은 왜 한족의 나라가 오랑캐에게 망하는지를 되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by 달빛부름 | 2008/12/01 12:30 | 김용무협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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